오래 같이 일해서 신뢰가 두터운 매니저나 알바생이 어느 날 사장님을 찾아와 울상을 짓습니다. "사장님, 저 이번에 원룸 이사 가야 하는데 전세 보증금이 딱 300만 원 부족해요. 어차피 제가 2년 일했으니 나중에 퇴사할 때 받을 제 퇴직금에서 300만 원만 미리 당겨서 정산해 주시면 안 될까요?"
마음 착한 사장님들은 '어차피 줘야 할 돈, 직원 급하다는데 먼저 주면 서로 좋지'라는 마음에 쿨하게 300만 원을 송금하고 자체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영수증]에 도장까지 쾅쾅 찍어둡니다. 하지만 이 선의는 훗날 사장님의 뒤통수를 치는 무서운 부메랑이 됩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에서 정한 때만' 유효합니다
국가는 퇴직금을 '근로자가 늙거나 퇴사했을 때 먹고살 수 있는 최후의 생명줄'로 봅니다.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법령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갖춘 경우에만 유효한 중간정산으로 인정됩니다. 법정 사유 없이 돈만 건네면, 나중에 퇴직금 산정에서 그만큼 공제되었다고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까다로운 법정 사유: 무주택자인 직원이 본인 명의로 집을 사거나 전월세 보증금을 내야 할 때, 본인이나 가족이 크게 아파 6개월 이상 요양비가 필요할 때 외에도, 법령으로 정한 파산선고·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임금피크제·소정근로시간 변경 등의 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세부는 법령·시행령 확인).
- 서류 증빙은 사장님의 목숨줄: 전세 보증금 때문이라면 사장님은 반드시 직원의 [전세계약서 사본, 무주택자 증명 서류, 전입신고 내역] 등 관련 서류를 이 잡듯 깐깐하게 다 걷어서 캐비닛에 보관해야만 합법적인 정산으로 인정받습니다.
가짜 중간정산의 끔찍한 결말: 이중 지급의 덫
만약 사장님이 이런 법적 사유나 서류 증빙 없이 덜컥 300만 원을 줘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 무효 처리: 법원은 사장님이 먼저 준 300만 원을 퇴직금이 아니라 그냥 '직원에게 공짜로 준 보너스'나 '빌려준 돈(대여금)'으로 간주해 버립니다.
- 퇴직금 두 번 내기: 직원이 1년 뒤 진짜로 퇴사할 때, 앙심을 품고 노동청에 "저 퇴직금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라고 찌르면 사장님은 법적으로 꼼짝없이 처음부터 계산한 진짜 퇴직금을 100% 한 번 더 내주어야 하는 끔찍한 이중 지급 사태에 빠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