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온 착한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그리고 배신감이 가장 큰 법적 분쟁 중 1위가 바로 '퇴직금 분할 선지급' 문제입니다.
재직 중인 알바생이나 매니저가 사장님을 찾아와 눈물로 호소합니다. "사장님, 제가 당장 원룸 월세도 밀리고 대출 이자 갚을 돈이 없어서 피가 마릅니다. 제가 나중에 1년 채우고 퇴사할 때 받을 퇴직금 있잖아요? 그거 안 주셔도 되니까, 차라리 매달 제 월급에 20만 원씩 퇴직금 명목으로 미리 얹어서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퇴사할 때 딴말 안 하겠다'고 각서에 지장 찍고 동영상으로 얼굴까지 찍어놓을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사장님은 불쌍한 직원을 돕기 위해 흔쾌히 월급을 올려주고 계약서에도 [본 월급 250만 원에는 매월 선지급되는 퇴직금 20만 원이 포함되어 있음]이라고 꼼꼼히 적습니다. 이로써 완벽하게 방어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행법규의 칼날은 매몰찹니다: 각서의 무효화
몇 년 뒤, 이 알바생이 퇴사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노동청에서 사장님을 부릅니다. "사장님, 퇴사자 퇴직금 안 주셨네요. 당장 지급하세요." 사장님은 기가 차서 알바생이 지장을 찍은 각서와 매달 20만 원씩 더 준 급여명세서를 들이밉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고개를 젓습니다.
- 퇴직금 사전 포기 불가: 퇴직금은 근로자가 '늙거나 완전히 퇴사했을 때' 먹고살 생명줄을 국가가 강제로 모아두게 한 돈입니다. 따라서 직원이 퇴사하기도 전에 이 생명줄을 헐어 쓰거나 "안 받겠다"고 포기하는 약정은 국가가 100% 휴지 조각(무효)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 이중 지급의 지옥: 각서가 무효가 되었으므로, 직원이 퇴사하는 순간 진짜 퇴직금 청구권이 새로 부활합니다. 사장님은 꼼짝없이 수백만 원의 진짜 퇴직금을 목돈으로 한 번 더 통장에 입금해야만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미리 준 돈은 어떻게 되나요? 민사 소송의 진흙탕
사장님이 매달 20만 원씩 미리 챙겨준 돈은 노동청에서 '퇴직금'으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저 사장님이 직원에게 착각해서 부당하게 준 돈(부당이득금)으로 처리됩니다. 사장님이 이 돈을 돌려받으려면 노동청이 아니라 별도로 변호사를 사서 직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민사 소송]이라는 피 말리는 싸움을 수개월 동안 진행해야 합니다. 떼인 돈 돌려받으려다 소송비가 더 나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