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파트타임 알바생이 드디어 달콤한 퇴사 날을 맞이했습니다. 퇴직금 수백만 원을 받아 친구들과 여행 갈 생각에 부풀어 사장님께 계좌번호를 적어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계좌번호를 보더니 손사래를 칩니다. "야, 이거 네가 평소에 월급 받던 카카오뱅크 입출금 통장이잖아. 법이 바뀌어서 퇴직금은 여기로 못 쏴줘! 내일까지 당장 은행 가서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라는 걸 개설해서 사본 가져와!"
알바생은 귀찮은 마음에 짜증이 솟구칩니다. "사장님, 저 그냥 이 돈 당장 현금 뽑아서 비행기 티켓 끊어야 하는데 무슨 연금 계좌예요? 사장님이 퇴직금 주시기 싫어서 시간 끄시는 거 아니에요?" 과연 사장님의 꼼수일까요?
국가가 근로자의 노후를 지키기 위해 만든 강제 잠금장치: IRP
- 현금(일반 통장) 지급의 전면 금지: 2022년 이전에는 퇴직금을 일반 월급 통장이나 현찰로 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4월 이후부터 국가는 퇴직금이 '일회성 유흥비'나 생활비로 녹아내려 증발하는 것을 막고 노후 연금으로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퇴직금 수령 창구를 오직 [IRP 계좌] 하나로 강제 통일해 버렸습니다.
- 고용 형태 불문: 이 법은 대기업 과장님뿐만 아니라, 편의점 알바생, 식당 설거지 이모님, 단기 계약직 등 1년 이상 일해서 퇴직금을 받는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예외적으로 일반 통장으로 받을 수 있는 2가지 틈새
딱 두 가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옛날처럼 일반 입출금 통장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1. 소액 퇴직금: 여러분이 받을 퇴직금 총액이 300만 원 이하로 매우 적은 경우. 2. 고령자: 알바생 본인의 나이가 만 55세 이상이어서 이미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된 경우.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수백만 원 단위의 알바생 퇴직금은 죽었다 깨어나도 IRP 계좌를 통해서만 받아야 합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하다면? IRP 해지가 답입니다
"저는 노후 연금 필요 없고 당장 여행 갈 돈이 필요하다고요!"라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장님이 IRP 계좌로 수백만 원의 퇴직금을 입금해 주면, 여러분은 은행 앱을 열고 곧바로 해당 IRP 계좌를 '전액 해지'해 버리시면 됩니다. 해지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묶여있던 퇴직금이 소정의 세금(퇴직소득세)을 떼고 여러분의 일반 입출금 통장으로 즉시 쏟아져 들어옵니다.